캄보디아는 인구도 적고 자원도 없으며 지정학적 이점도 없는 나라입니다. 노동자들의 임금은 여전히 100달러 정도로 싸지만 기술은 더 좋고 더 나빠 저드가 심해 인도보다 노동생산성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캄보디아의 유일한 장점은 아마도 앙코르와르일 것입니다. 매년 7백만 명의 사람들이 이 사이트를 보기 위해 방문한다고 합니다. 관광만으로 살 수 있을지도 몰라요. 킬링필드의 씻을 수 없는 상처와 함께 이 조용하고 아름다운 나라는 급진적인 개혁을 통해 다시 정치적 갈등을 일으키기보다는 집권세력 간의 적절한 부의 분배를 통해 당분간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캄보디아의 급진적인 개혁의 결과는 정실 자본주의 목차
1. 캄보디아의 시장경제 전환
미얀마의 양곤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라면 프놈펜은 현재진행형의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내 도로는 좁지만 2차선으로 반듯하게 포장되어 있으며 곳곳에 새로운 빌딩들이 올라가고 있더군요. 이 곳은 시장경제가 오래전에 자리를 잡아 도시는 활력이 넘치고 시민들은 자유스러워 보였습니다. 가장 놀라운 것은 달러를 환전할 필요도 없이 자유롭게 사용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톡톡을 타고 10달러를 내면 1달러짜리로 거스름돈을 주는 정도입니다.
캄보디아는 사회주의 국가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한 동남아 4개국, 베트남, 라오스, 미얀마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체제 전환을 이루었습니다. 토지의 사유화, 가격자유화, 대외개방의 측면에서 동남아 국가 중에 시장경제 수준이 높은 태국과 비슷한 정도입니다. 캄보디아에서 만난 RUPP(프롬펜 왕립대학)의 Ngov Penghuy 교수는 1990년대 캄보다아는 사유화를 중심으로 급진개혁을 추진하였다고 합니다.
2. 캄보디아의 급진 개혁 이야기
급진개혁은 보통 과거의 유산을 철저하게 부정하기 때문에 기득권 세력이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는 경우 일어납니다. 1992년 옐친 러시아와 1980년말 동유럽의 체제전환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1975년 캄보디아의 공산주의 무장단체이던 크메르루즈는 캄보디아에 중국식 문화혁명을 추진하면서 약 120만 명을 학살하였습니다. 당시 안경을 끼거나 피부가 하얗거나 대학 교육을 받는 사람들을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자본주의 세력이라며 무참하게 살해당했습니다. 폴포트 정권의 지나친 좌경화와 국경 분쟁에 분노한 베트남은 지금의 총리인 훈센을 앞세워 새로운 정권을 세웠습니다.
새로운 캄보디아 정권에서 공산주의, 사회주의는 혐오의 대상이었고 크메르루즈는 정치적 영향력을 상실한 채 태국 국경 밀림으로 숨었습니다. 1990년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바람이 불고 사회주의 실패 사례로 캄보디아가 거론되면서 서방은 극우 성향의 새로운 캄보디아 정권에 천문학적인 ODA 자금을 쏟아 붓었습니다. 교량, 공공건물, 새로운 도로 등에는 어떤 정부가 지원했다는 문구가 프놈펜 시내 곳곳에 난무합니다. 미국 경제고문단이 캄보디아의 시장경제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었고 훈센 정부는 그대로 급진개혁을 추진하였습니다.
3. 캄보디아의 자본주의화는 사유화
급진개혁에 가장 중요한 게 사유화입니다. 국가 자산의 사유화 과정은 일종의 자본의 축척과정입니다. 사유화의 결과 새로운 자본가 계층이 등장하지요. 러시아에서는 올리가리키라는 금융과두집단이, 한국에서는 적산불하를 통해 재벌이 출현하였습니다. 캄보디아에서는 소위 10대 재벌이 부상하였는데 이들은 제조업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금융, 호텔, 카지노, 건설, 유통 분야를 장악하였습니다.
새로운 자본가 계층과 정권의 유착은 비난할 것이 못됩니다. 중요한 것은 국가가 이들 새로운 자본가 계층에 포섭되지 않고 다스릴 수 있느냐 입니다. 한국은 재벌들로 하여금 제조업 분야 투자로 유도하는데 성공하였고 푸틴은 올리가리키의 자산을 빼앗아 재국유화를 통해 국가자본주의로 러시아를 변신시켰습니다. 캄보디아는 어떤 길로 가고 있을까요?
4. 캄보디아는 정실자본주의로 가는 중
캄보디아는 ‘정실자본주의’라고 불리는 크로니 캐피탈리즘(crony capitalism)으로 가고 있습니다. 훈센 정부와 특권층은 정치권력을 이용하여 자신의 재벌을 키우고 점점 강력해진 재벌들은 이제 대담하게 정치권력애 도전합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는 국가 공권력을 능멸하는 재벌들의 이탈 행위가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으며 최고 재벌 소카 그룹은 훈센마저도 무시하고 있습니다. 크로니 캐피탈리즘의 최종 모델은 필리핀입니다. 필리핀은 이미 재벌들에 의해 국가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선거는 재벌들의 권력 재편을 위한 무대에 불과합니다. 국민들의 주권 의사는 철저하게 무시당하거나 왜곡됩니다.
캄보디아는 인구도 적고 자원도 없으며 지정학적인 장점도 없는 국가입니다. 노동자의 임금은 아직 100불 수준으로 저렴하다고 하나 기술력이 낫고 모럴해저드가 심하여 노동생산성이 인도보다 떨어진다고 합니다. 캄보디아의 유일한 장점은 아마 앙코르와트일겁니다. 이 유적을 보기 위해 1년에 700만 명이 관광 온다고 합니다. 어쩌면 관광 하나만으로 먹고 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킬링필드의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진 이 조용하고 아름다운 국가는 과격한 개혁으로 다시 정치적 갈등을 일으키기보다는 지배세력 간의 적절한 부의 분배를 통해 당분간 정치적 안정을 유지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4.03.12 - [분류 전체보기] - 베트남, 제조업을 통해서 선진국으로 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