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일본 실물경제 위기
근데 헬리콥터론이고 뭐고 나는 일본경제가 상당히 위험하다고 보는 쪽이긴 하다.
보통 일본 괜찮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외자산을 이야기한다. 엔고 시절 전세계에 뿌려놓은 금융자산과 그에 따른 소득, 채권 등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인데 실제로 일본은 세계 최대의 순채권국 지위를 지난 30년간 유지하고 있다. 일본 재무성의 2021년 발표를 보면 2020년말 기준으로 정부와 기업, 개인의 해외 자산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일본에서 보유한 자산인 대외부채를 뺀 대외순자산 평가액이 356조9천700억엔(약 3천684조원)을 기록했기도 했고, 자산만 놓고 보면 1경 수준을 넘는다.
문제는 이러한 자산과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괴리감이다. 거시적으로 보면 괜찮아 보이지만 미시적인 부분들, 이를테면 실제 생활하는 사람들의 급여나 소득을 보면 일본은 버블 붕괴 이후 어느 시점을 놓고 봐도 5년텀으로 본다면 유의미한 소득상승율을 기록하지 못했다. 물경 30년동안 말이다. 소득이 제자리 걸음을 걸어도 안정될 수 있었던 건 일본사회가 디플레이션 상태에 계속 있었기 때문이다.
2. 아베노믹스 오류
2013년부터 실시된 아베노믹스는 바로 이러한 디플레 탈각을 외쳤는데 이게 잘 안됐다. 인플레 목표 수치가 매년 2% 였는데 안되는 거다. 아무리 양적완화해도 안되는 건 안되는 거. 일본은행이 중앙은행인데 시장에 맘대로 개입해도 안된다. 일본트러스트뱅크를 경유하긴 했지만 직접적으로 펀드를 사들이고, 국채도 사들이고 별의별 짓을 다 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ETF만 35조엔치 샀다. 그만큼 돈이 풀렸다는 거다. 국채매입까지 치면 500조엔이 넘는다. 지금 일본은행당좌예금(시중은행이 일본은행에 맡긴 돈)이 540조엔이니까 대충 일본중앙정부 예산 5년치 분을 이 시기에 보정예산이니 그런 것과 상관없이 경기부양을 위해 푼 거다.
그런데 인플레 목표 수치는 전혀 달성되지 않았다. 이것만으로도 아베노믹스는 망한 건데, 아베노믹스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 없다. 왜냐? 아직 구로다가 일본은행 총재 거든. 그리고 아베노믹스 시절 의원들이 그대로 자민당에 다 있으니까.
그래도 버틸 수 있었다. 월급은 안 오르지만 인플레도 없으니까. 하지만 이번에 예상치못한 상황에서 인플레 압력이 터져 결국 6개월 후에 온다는 물가인플레가 올 4월 연도초부터 발생했다. (보통 물가인플레는 수입원자재인플레, 기업인플레가 먼저 발생하더라도 기존의 재고분이 있기 때문에 6개월 정도 텀을 두고 일어난다.)
중요한 건 시간적 여유가 조금은 있었고, 그래서 일본정부가 무슨 대책이라도 세워놓은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대책이 하나도 없었다.
기시다 총리가 다음달에 추경 3조엔 규모로 편성한다고 하는데 그걸로 어디에 써먹냐.
3. 엔저 위기
그 와중에 내어놓은 공개시장운영 때문에 엔저가 급격해져버렸고(이젠 거의 달러당 122-123엔 고정...) 물가가 더 올라버릴 것으로 예상된다. 서두에 말했듯 보통 사람들의 소득은 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생활물가가 30-40% 올라버린 거다. 문제는 지금 대책이 없다는 거. 앞서 짤막하게 말했지만 이번 인플레는 디멘드풀 인플레가 아니라, 코스트 푸쉬 인플레라 경기부양 및 활성화로 인한 인플레하곤 전혀 상관없다. 그렇기에 소득이 변함없는 보통 사람들은 덜 쓰고, 덜 먹는다. 기업의 이익은 고정되거나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엔저가 더 진행되면 원자재 가격 및 곡물 가격은 더 올라간다. 더더욱 인플레가 진행된다. 더 허리띠를 졸라맨다... (이하 무한반복)
대외 금융자산이 암만 많아봤자 그건 상위 몇 프로에게 돌아가는 거고 저축조차 못하는 사람들이 수천만명인데 무슨 의미가 있냐.
그래서 망했다고 하는 거.
2024.03.11 - [분류 전체보기] - 아모레퍼시픽 그룹의 역사 이야기 창업과 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