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그룹 이야기 2 : 한국 최초 컴퓨터 벤처기업의 몰락
2. 몰락의 원인 : 두루넷, 이동통신 등 타 사업의 실패
1. 몰락의 원인 : 대기업 및 중국산과의 경쟁
삼보 컴퓨터의 몰락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이고 오래된 원인은 대기업과의 경쟁이었습니다. 삼보의 성공에 자극받은 대기업들도 컴퓨터 시장에 진출하면서 경쟁 격화 대기업은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어떠한 손해도 감수했죠. 반면 삼보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대기업은 컴퓨터가 전략 상품이라 이익이 없어도 되지만 삼보는 원가 이하로는 절대 팔 수가 없었죠.
이것 뿐 아니라 중국산 저가 제품들이 밀려들어오기 시작했죠. 이처럼 pc 업계의 침체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삼보는 사업 다각화를 시도합니다. 이동통신 소프트웨어 초고속 인터넷 방송 등 우리 50개의 계열사를 거느리며 삼보 왕국을 건설하는 데 매진했죠. 하지만 이 방만한 사업이 삼보의 몰락을 초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2. 몰락의 원인 : 두루넷, 이동통신 등 타 사업의 실패
나래 이동통신을 설립하여 삐삐 사업을 시작했지만 이동전화의 등장으로 쓴맛을 봤고 시티폰 사업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중전화 옆에서 발신만 가능한 시티폰의 특성상 성장의 한계는 분명했죠. 그리고 두루넷이 가져온 충격이 가장 컸습니다.
이용태 회장은 두루넷에 대해 "그 때는 나에게 엄청난 축복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삼보를 파국으로 몰아넣는 재앙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라고 말했습니다.
두루넷 설립의 발단이 된 곳은 한국전력공사였습니다. 당시 한전은 전국 철탑 및 송전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에 광선유 케이블만 추가한다면 초고속 통신망을 비교적 쉽게 구축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케이블 tv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각 가정에 케이블이 연결되기 시작했는데 이 역시 통신망 구축에 유리한 조건이었죠.
3. 두루넷의 설립
하지만 한전에서 통신 사업을 한다는 소식에 체신부와 한국통신이 강하게 반발해 통신 사업은 한전의 설립 목적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더욱이 한국 통신은 이미 전화선 기반 아이에스 서비스를 보급 중에 있었습니다. 이처럼 단독으로 통신 사업을 하기 힘들어진 한전은 민간 업체들을 끌어들였는데요. 총 100개의 기업이 참여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 중 가장 적극적인 기업이 삼보 컴퓨터였습니다.
한전 또한 기술력이 높은 삼보 컴퓨터를 선정해서 주주 구성은 삼보 10%, 한전 9.9%, 나머지 98개 업체가 1% 미만이었습니다. 그렇게 1996년 국내 최초의 초고속 인터넷 두루넷이 설립됩니다. 두루넷은 통함과 네트워크의 합성어로 언제 어디서나 두루두루 통하는 서비스를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었죠.
4. 두루넷의 성공기
본격 상용화가 된 두루넷은 전화 모델의 200배수 중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초고속 인터넷은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이미지 한 장 전송하는데 수십 분 걸리는 시대였으나 두루넷은 동영상 전송도 가능했습니다. 때문에 총알 인터넷이라는 광고 문구를 강조하기도 했죠.
당시 전화모뎀 통신은 이용량에 따라 요금이 올라가는 종량제 방식이었는데요. 두루넷은 정약제 상품을 제공하여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1999년 10만 명이었던 가입자는 2년 후에는 100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빠른 성장을 하였죠. 2천년도에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 한때 현대차와 lg전자를 합친 것보다 주가가 높을 정도로 성공 가도를 달렸습니다.
두루넷은 인터넷 포털 사업에도 진출했는데 재미 교포에게 500만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하여 코리아 닷컴을 구매했죠. 하지만 네이버 다음 등 기존 강자에게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리고 경쟁업체들의 등장으로 두루넷의 전성기는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5. 두루넷과 삼보그룹의 몰락
kt 하나로 텔레콤이 본격적으로 초고속 인터넷 사업을 개시했죠. 이들은 hfc 방식의 두루넷과 달리 ads를 도입했는데 이로 인해 두루넷은 경쟁력을 잃기 시작합니다. 간단히 짚고 넘어가자면 hfc는 tv 케이블을 통해 ads는 전화선을 통해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따라서 두루넷은 가구마다 케이블을 직접 연결해야 했기 때문에 케이블 TV망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아파트에는 적용이 쉽지 않았습니다. 반면 경쟁사들은 전화선을 기반으로 하는 에이디셀이 주력이었기 때문에 유선전화를 사용하는 곳이면 비교적 쉽게 설치할 수 있었죠.
그리고 한전의 배신은 삼보에게는 결정타였습니다. 두루넷의 한 축이었던 한전이 파워컴을 설립 별도의 인터넷 사업을 시작합니다. 당시 한전은 두루넷의 지분을 갖고 있으면서도 별도의 기업체를 설립하여 시장에 뛰어든 것이죠. 산보 입장에서는 한전에 대해 배신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한전은 통신 선로를 까는 것을 돌연 중지하면서 삼보는 1조 원의 자금을 빌려 통신선로를 직접 깔 수밖에 없었죠. 그렇게 두루넷이 자금난을 겪자 담보를 썼던 삼보도 어려워집니다. 결국 삼보는 2005년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두루넷의 몰락과 함께 초고색 인터넷 시장도 재편되었는데요. 하나 텔레콤은 sk텔레콤에 인수되어 sk브로드밴드가 되었으며 파워콤은 lg그룹에 인수된 후 lg텔레콤에 합병되어 lg유플러스가 되었죠. 이에 따라 한국 인터넷 시장은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의 3강 체제로 고착화되었습니다.
창업주 이용태 회장은 삼보의 몰락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무 끝까지 오래 붙들고 있었습니다. 이미 4대 재벌이 컴퓨터 시장을 놓고 혈투를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과학자로서 벤처 기업인으로서 나의 임무는 이때 끝나지 않았나 싶네요. 정점에서 삼보를 팔았어야 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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